[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81)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1세대 항공사 ⑨

2023-10-11 05:31: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제주항공은 취항 초 기존항공사가 만들어낸 ‘기존항공사=안전’과 ‘저가=위험’이라는 등식을 깨뜨리기 위한 대응방안 짜기에 골몰한 끝에 ”많은 사람이 제주항공을 탄다”는 숫자마케팅으로 안전성 논란을 우회 돌파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객실승무원 모집에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는 소식을 꼼꼼히 챙겨 알리는 작업도 병행했다. 2007년 4~5월 실시된 객실승무원 채용은 역대 최고기록인 989대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9명 모집에 5025명이 지원, 전체경쟁률은 558대1이었으며, 이 가운데 경력직은 4명 모집에 78명이 지원해 19.5대1, 신입은 5명 모집에 4947명이 지원해 989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신입 객실승무원 모집에는 의예과 출신, 방송사 공채 개그맨 3차합격자, 미인대회 입상자 등 다양한 경력과 특기를 가진 지원자가 많았다. 제주항공은 “회사가 원하는 객실승무원 이미지는 밝고 신선함, 즐거움과 친근함을 주며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뽑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의 숫자마케팅은 누적탑승객 카운팅 외에도 창립횟수, 취항횟수, 국제선 취항횟수 등 다종다양했다. 2006년 9월12일에는 취항 100일을 맞아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2층 제주항공 발권데스크 앞에 높이 1m, 폭 2m, 넓이 1m짜리 떡케이크를 준비해 백일잔치를 갖고, 이날 하루동안 기내에서 탑승객들에게 백일떡과 음료를 제공했다. 또한 김포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 양양공항에서도 탑승객들에게 백일떡을 나눠줬다.

2006년 9월14일에는 김포~양양 노선 활성화를 위해 금강산 현지에서 현대아산과 금강산관광 항공이용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는 제주항공을 이용하는 금강산관광객에게 항공요금·금강산관광요금 동시할인, 항공노선을 활용한 금강산관광 패키지 상품개발 그리고 국내 주요도시~양양 간 부정기 전세기 운항 시행 등의 내용을 담았다. 양사의 업무제휴가 현실이 될 경우 서울에서 금강산까지 비행기로 약 3시간이 소요되어 육로관광의 6시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단축되는 효과가 예상되던 터였다.

지금은 먼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린 금강산관광은 1998년 11월18일 선박편으로 동해항을 출항해 공해상으로 13시간 운항하여 금강산 고성항으로 이동하는 상품으로 시작됐다. 이후 2000년 속초항으로 출항지를 변경해 서울출발 기준 9시간 소요되던 것이 2003년 9월부터 육로관광이 시작돼 6시간으로 대폭 단축되기도 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 초기에는 관광선을 타고 13시간이나 걸려서 금강산 고성항에 도착했다”며 “제주항공과 업무제휴로 금강산이 한층 가까워져 보다 빠르고 편안한 금강산관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항초기 제주항공의 대표적인 사투리 기내방송은 설날을 맞아 본격적인 귀성이 시작된 2017년 2월17일부터 2월말까지 서울과 부산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항공편에서 하루평균 3회씩 제주도 사투리로 기내방송을 실시했다. 기내방송은 설을 맞아 제주도를 방문하는 귀성객에게 고향의 정겨움을 미리 선사하기 위해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토박이 여성 객실승무원 3명이 탑승환영인사(Welcome)와 감사인사(Farewell)를 구성진 ‘제주어’로 실시해 호평을 받았다. 우리말인지 외국어인지 헷갈리는 제주어는 줄임표현이 많고 훈민정음 모음글자 중 하나인 아래아(·)가 발음상에 남아 있어 이른바 뭍사람이 들을 때 이해하기 힘들지만, 정형화된 기내인사 만을 사투리로 구사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제주 사투리 기내방송은 승객들의 반응이 좋아 수 년 동안 특화서비스로 고정됐다.

당시 기내방송은 “손님 여러분, 제주까지 와줭 잘도 고맙수다. 비행기가 안멈춰신디 좌석벨트 풀엉 일어서믄 다칠수도 이시난예. 좌석벨트 표시가 꺼질 때까지는 호끔만 촘앙 기다립써게. 겅허고예~ 가지고온 물건들은 잘 챙경가졍갑써. 비행기에 놔똥 내리는거 없게 맹심하고예. 자꾸 고람수다마는 우리 제주항공에 타줭 잘도 고마워 마씸. 우리 제주항공은예, 제주영 서울부터 댕기기 시작행, 서울이영 양양, 제주영 부산도 다념수다. 손님들신디 좋은 것만 주잰허는 제주항공과 고치 제주까지 오느라 폭삭 속아수다. 이뿌고 요망진 우리 제주항공 승무원들 보잰하믄, 서울 갈 때 또 우리 제주항공 타사 됩니다예. 타줭 고맙고 다들 맹심행 잘들어갑써. 담에 또 보게마씸예~”의 내용으로 구성돼 정겨움과 코믹함을 동시에 노렸다.

또 2007년 3월19일부터는 “항공기를 통째로 빌려드립니다”라는 제하의 항공기 전체좌석(74인승)을 한꺼번에 판매하고 이용고객에게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기 전좌석 판매’를 시행했다. 이용가격은 편도 기준으로 김포~제주 400만원, 김포~양양 300만원을 받았으며, 단체나 개인에 관계없이 30일전에 사전예약하면 1명에서 74명까지 원하는 인원만큼 탑승이 가능했다. 제주항공은 “기업 또는 소규모 모임 등에서 단체로 30~40명 이상 항공권 구매시 동시간대 예약 및 구입이 어려워 항공기 대여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 또한 연예인이나 개인이 특별이벤트를 위해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상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