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77)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1세대 항공사 ⑤

2023-09-13 06:46: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K-LCC의 설립 및 취항 역사에서 1세대 항공사는 한성항공과 제주항공 등 2개사이다. 그렇다면 두 항공사 가운데 어디가 더 빠를까? 시작은 제주항공이 더 빨랐고, 취항은 한성항공이 앞섰다. 두 회사의 차이는 한성항공은 민간사업자였고, 제주항공은 지자체였다. 그 차이가 시작부터 결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한성항공을 처음 주도적으로 만든 사람들은 제주항공의 설립작업 초기단계를 우연한 기회에 접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지역항공 사업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알게 되었고, 재빨리 항공법인부터 만들고 추진에 나섰다. 반면 제주항공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돌다리를 두드리다 수 년을 허비해 자신들을 벤치마킹한 민간사업자보다 항공법인 설립 및 취항 순서에서 뒤로 밀렸다.

제주도에서 항공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외부에 처음 알려진 시기는 2001년 2월26일이다. 이는 K-LCC 역사상 가장 빠른 시도로 기록된다. 한성항공의 전신 충청항공이 2003년 5월19일 설립되었는데, 제주도에서는 2년여가 빠른 2001년 2월에 이미 제주도청 공무원들이 항공사 설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당시 제주도가 구상한 항공사의 초기 모습은 LCC라기 보다는 한없이 올라가는 기존항공사의 운임에 대항하는 ‘기존항공사보다 싼 제주도의 항공사’ 모델이었다. 제주도는 2001년 3월30일 지역항공정책연구단을 발족하고, 제주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제3의 항공사’ 설립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당시 계획은 ‘제주지역항공사’로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운항중인 50인승 안팎의 중소형 항공기로 제주기점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의 도시를 정기 또는 부정기로 운항하는 항공사가 모델이었다.

2001년 2월26일 항공사 설립을 준비하겠다고 처음 밝힌 이후 3월30일 지역항공정책연구단 발족에 이어 4월 ‘지역항공설립연구단’ 발족까지 거침없이 속도를 냈다. 이들은 2001년 7월말 외부용역을 실시하고 2002년 2월에는 지역항공사 설립에 필요한 세부실천계획까지 마련, 같은 해 10월30일에는 ‘㈜제주지역항공사’ 설립계획을 확정했다.

이처럼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은 2001년 2월 국내에서는 가장 빠른 시기에 시작돼 숨가쁜 일정으로 진행되다가 제주도의회의 ‘채산성과 안전성’ 문턱을 넘는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제주도는 2004년 11월11일에야 지역항공사 사업파트너 선정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그리고 2004년 12월16일 제주도청에서 제주도와 애경그룹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애경은 제주지역항공사에 대해 ‘민간항공사업’과 ‘저비용 민간항공’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애경은 협약에 따라 2005년 1월25일 제주도에 본사를 둔 제주항공 법인을 설립하고, 2006년부터 본격 취항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제주지역항공사의 법인명칭은 '제주에어(Jeju Air)'로 결정했다. 당초 '제주항공'을 우선 검토했으나 이 상호는 기사용중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차선책으로 제주에어로 정했다. 처음에는 제주에어 대신 ‘제주에어라인’(Jeju Airlines)을 검토했으나 약자가 JAL(일본항공)이 되어 제외시켰다. 제주에어는 2005년 1월25일 제주지법에 법인설립 등기를 마치고 공식출범했다. 설립자본금 150억원으로 출범한 ‘주식회사 제주에어’의 본점은 제주시 연동에 뒀다. 2005년 3월25일 개소한 제주본점 외에 실질적인 본사 역할을 하게 될 서울사무소를 2005년 2월4일 애경 본사 바로 옆건물인 서울 구로구 구로동 82번지 도진빌딩에 뒀다. 제주항공 초창기 입사자 가운데 도진빌딩을 알거나 기억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도진파’라 불리던 창업멤버들은 2006년 상반기 취항을 목표로 인.허가, 운항 준비 및 전문직 교육훈련계획 수립, 인력 확보 등의 업무를 개시했다.

제주항공은 취항을 불과 3일 앞둔 2006년 6월2일에야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로부터 운항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을 받아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취항 하루 전날인 6월4일 밤 제주시 소재 제주그랜드호텔에서 취항식을 갖고, 6월5일 오전 9시50분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가 제주공항을 이륙해 김포공항에 도착하면서 국내 3번째 정기항공사의 첫 운항을 시작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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