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80)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1세대 항공사 ⑧

2023-10-04 05:54: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K-LCC업계 대표 1세대 항공사 격인 제주항공의 취항 1개월 즈음인 2006년 7월이 되자 기존항공사들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시장을 지키려는 자들의 치밀하고 고도한 심리전이었다. 초점은 안전성에 맞췄다. 이에 따라 2006년 하반기부터 수년동안 우리나라 항공업계는 ‘안전’이 최대의 화두가 되었고, 어느새 ‘기존항공사=안전’과 함께 ‘저가=위험’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특히 K-LCC 1세대 항공사들의 크고 작은 사고(준사고 포함)와 연계해 업계 전체를 통째로 ‘저가항공사’로 호칭하며 “목숨 걸고 왜 저가항공사를 타나”라는 비방이 있었고, 이는 소비자에게 설득력마저 얻었다. 기존항공사들은 여론의 방향을 “항공료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제주도는 특히 가족단위 승객과 여행객이 많기 때문에 그동안 신뢰를 쌓아온 기존항공사를 이용하는 경향이 지속될 것이다”, “김포~제주 노선 탑승률에 큰 변화 없이 오히려 소폭증가한 것이 증거”라는 등의 논리로 강도를 올렸다.

기존항공사가 만들어낸 ‘기존항공사=안전’, ‘저가=위험’이라는 등식은 사실상 성공했고, K-LCC업계는 대응방안 짜기에 골몰했다. 제주항공은 국민들을 상대로 “우리는 위험하지 않다”는 항변을 위한 기존항공사와 여론전면전을 펼칠지 아니면 계속 무시하고 내 갈 길을 묵묵히 갈 것인지를 두고 숙고 끝에 ”많은 사람이 제주항공을 탄다”는 숫자마케팅으로 안전성 논란을 우회 돌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제주항공은 취항 후 한달간 김포~제주 노선에서 편도기준 262회를 운항하면서 공급좌석수 1만9388석 중 1만6188명이 이용해 83.5%의 탑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존항공사의 탑승률 대한항공 77.9%, 아시아나항공 83.4%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탑승권 예매는 인터넷 60%, 전화 25%, 공항 직접판매 15%의 분포를 보여 기존항공사의 국내선 평균 예약분포(인터넷 25%, 전화 55%, 현장구매 20%)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는 승객분포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인터넷예매 탑승고객을 분석한 결과 기존항공사에 비해 여성과 젊은 층이 월등히 많았다. 남성 59%, 여성 41%로 나타났고, 연령층은 20대가 43%로 절반 가까이 됐으며 30대가 33%로 뒤를 이었다. 30대이하가 79%, 40대이상이 21%로 나타나 호기심이 왕성하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20~30대 젊은 층이 주고객으로 조사됐다. 취항 한달간 김포~제주 노선의 성공적인 취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양분됐던 국내 항공시장을 다변화시켜 시장구도가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재편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이용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힌 것으로 평가되었다.

제주항공은 2년차가 된 2007년 2월1일부터 김포~제주 노선 운항횟수를 하루 17왕복으로 증편했다. 그야말로 K-LCC의 제주노선 집중운항이 처음으로 본격화된 것이다. 그 대신 탑승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김포~부산 노선을 중단했다. 김포~부산 노선은 제주항공의 첫 실패노선으로 기록됐다. 취항 7개월을 맞은 2017년 1월 기준 누적탑승실적이 김포~제주 88.7%, 부산~제주 89.5%인 반면 이 노선은 20%대로 극히 저조했다.

”많은 사람이 탄다”는 숫자마케팅으로 안전성 논란을 우회 돌파하기로 한 제주항공의 첫 작품은 2007년 4월23일 탑승객 50만명 돌파였다. 취항 10개월 18일만이자 323일만이었다. 현재시점에서야 한참 미미한 숫자일 따름이지만 당시 K-LCC업계를 통째로 비하하며 “목숨 걸고 왜 저가항공사를 타나”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꽤 설득력을 얻고 있던 시절이었던 지라 효과가 있었다. 비행기 타는 게 그리 일반화되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많은 잠재고객들에게 “위험하다던데 많이 타네?”라는 자각을 불러왔고, “그럼 나도 한번 타볼까”라는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쳤다.

제주항공은 이날 50만번째 승객에게 객실승무원이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대표이사가 활주로에 직접 나와 항공권 50장을 선물로 증정했다.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통 큰 제주항공’이라며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제주항공은 2023년 7월2일 누적탑승객 1억 명을 달성했다. K-LCC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이었지만 행운의 1억 번째 탑승객에게 뭘 줬다는 소식도 대대적인 대외행사도 없었다. 이제 누적탑승객 카운팅을 통한 공중홍보의 목적을 상실했기 때문인 듯하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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