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79)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1세대 항공사 ⑦

2023-09-27 06:22: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2004년 11월11일 애경의 항공산업 진출이 처음 알려지자 일반인의 의문이 많았다. 항공은 물론 운송사업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항공시장은 두 기존항공사가 철옹성을 쌓아 두고 있던 터였다. 이들은 자금력과 노하우에서 애경을 압도했다. 그러나 애경은 제주항공을 설립하며 도전장을 던졌다. 제주도와의 합작회사지만 애경이 75%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애경은 1954년 비누회사로 시작했다. 애경이 진출한 항공산업은 그들이 그동안 영위해왔던 사업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애경의 변신을 지켜보는 재계는 과연 잘해낼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의 차가운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았다. 애경은 왜 항공업에 뛰어들었을까. 많은 이들이 애경의 진짜 속내를 궁금해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에 이어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장 회장의 장남 채형석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항공업을 눈여겨봤다. 특히 비행기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일반인의 상식수준을 뛰어넘었다. 미국에서 MBA를 마친 그는 비행기를 타면 기내포켓에 담긴 항공기 정보 읽는 것을 즐겼다. 이후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비행기에 대한 각종 정보가 전문가 수준 이상이 되었다. 웬만한 비행기 기종의 스펙을 줄줄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기종별 차이점까지 알고 있을 정도였다. 어렸을 때는 한강 고수부지에서 모의비행기 날리기 대회에도 참가했을 만큼 비행기 마니아이기도 했다.

채 부회장의 비행기 사랑은 미국과 유럽의 LCC 성공을 눈여겨보는 동기가 됐다. 제주항공은 회사 설립이후 줄곧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대놓고 베꼈다. 채 부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제 우리나라도 LCC 하나쯤 나올 때가 됐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5대에 걸쳐 이어진 제주도와의 인연도 한몫 했다. 평양에서 관직에 있던 채 부회장의 고조부가 제주로 귀양을 오면서 제주도와 첫 인연을 맺었다. 증조부 묘소도 제주에 있고, 조부는 제주도에서 현감까지 지냈다. 애경유지 창업주이자 선친인 채몽인 선대사장도 제주에서 태어났다. 제주도에서는 별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어쨌든 애경그룹이 제주도 향토기업인 셈이다. 채 부회장은 부친의 각별했던 제주사랑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유지(遺旨)를 받아 제주도와 처음으로 합작기업을 설립한 셈이다.

무엇보다 애경의 항공업 진출은 ‘성공 가능성’에 대한 채 부회장의 자신감이 작용했다. 자신감의 이면에는 신사업의 투자대비 수익성 계산이 정확해야 한다.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적어도 3년, 5년 후까지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제주항공 이전과 이후에 K-LCC 사업에 뛰어든 많은 설립자와 투자자들이 결국 실패로 끝난 사례는 수익성 계산이 엉터리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들 취항 후 2년 혹은 3년이 지나면 흑자전환을 한다고 예측했다. 흑자전환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왜냐하면 설립자와 투자자가 다른 인물이었기에 그랬다. 설립자가 사실대로 제안했다면 투자자는 투자를 외면했을 게 뻔하다. 설립자는 투자자에게 2~3년만 고생하면 흑자가 가능하다는 장밋빛 제안을 해서 투자를 받아내곤 했다. 그래서 대다수의 K-LCC들은 투자자가 신규투자이후 1~2년 내에 손을 들고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1세대와 2세대 K-LCC는 취항으로부터 3년 전후, 독립형 K-LCC는 5년 전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금은 경쟁이 더 치열해져 흑자전환의 예상시기는 뒤로 더 미뤄야 옳다.

이에 반해 채 부회장의 수익성 계산은 꽤 보수적이면서 기간마저 넉넉했다. 제주항공의 설립자이자 투자자였던 그는 2006년 6월 취항했으니 2006년도는 빼고, 2007년도 실적부터 연간기준으로 본격적인 1년차로 봤다. 그리고 5년차가 되면 BEP(break-even point, 손익분기점)가 가능하리라고 내다봤다. 즉 6년차 이후부터 수익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제주항공 취항 2~3년차 시점이었던 2007년과 2008년 누적적자가 예상보다 커지자 산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제주항공이라는 구멍 뚫린 항아리에 계속 물을 붓고 있는 애경그룹이 어리석다는 표현이었다.

채 부회장은 예상했다는 듯 결단을 내렸다. 계열사 가운데 흑자를 내고 있던 AK면세점을 전격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제주항공에 수혈했다. 당시 AK면세점은 인천공항 4개 면세점 가운데 2위를 달리던 잘 나가는 회사였다. 제주항공은 채 부회장의 믿음에 BEP를 1년 앞당기는 실적으로 보답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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