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흉상 철거하라”…광주시 등에 권고

광주시, "사업 위법사항 없어"… 강행 입장 고수
김성원 기자 2023-10-11 11:23:40
국가보훈부는 11일 광주시 등이 추진중인 '정율성 기념사업'의 즉각 중단과 이미 설치된 정율성 흉상 등 기념시설의 철거를 권고했다. 보훈부가 처에서 부로 승격된 이후 지자체 사무와 관련해 시정을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광주시는 그러나 국가보훈부의 이같은 권고를 수용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율성은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을 뿐 아니라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라며 정율성 기념사업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권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율성((1914∼1974, 본명 정부은)은 광주 출신 음악가로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 무장투쟁단체 '의열단'에 가입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1939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한 뒤 '팔로군 행진곡'(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고, 1945년 광복 뒤엔 북한 지역에서 활동하며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만들었다.

6·25전쟁 당시 중국 인민지원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했고 1956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같은 공적을 기려 200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선정한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그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광주시에는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정율성로(도로명)'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전시관 내에는 정율성 흉상과 동판 조각상도 설치돼 있다. 광주시는 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과 '정율성 전시관 조성사업'도 추진중이다. 전라남도 화순군에는 정율성 고향집 전시관이 있고, 화순군 소재 능주초등학교에는 정율성 흉상과 벽화 등 기념시설이 설치돼 있다.

박 장관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헌법 제1조,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자체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배치되는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의 설치, 존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른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정 권고는 광주시와 광주시 남구·동구, 전남 화순군과 전남교육청·전남 화순교육지원청이 대상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돼 온 한중 우호 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며 시정명령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는 또 "정율성 생가터 복원사업인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해 지혜롭게 추진하겠다"며 사업 강행 의지를 밝혔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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