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폭발 '500명 이상 사망'…이슬람권 분노 시위 '격화'

하마스-이스라엘 책임 공방
김성원 기자 2023-10-18 10:16:55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중심의 한 병원에서 17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당국과 하마스는 이번 폭발이 이스라엘군의 공습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공격이 아니라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이슬라믹 지하드' 소행이라고 반박해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슬람권은 '극악한 전쟁범죄'라며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AP,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오후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건물 잔해 밑에는 수백명의 희생자가 깔려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병원 피폭 사건으로 다친 한 남성이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이 병원을 겨냥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끔찍한 전쟁 학살'이라며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마스는 '끔찍한 학살'이자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맞다면 2008년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가장 큰 피해라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책임을 부인하며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병원 폭발 소식이 알려지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이라크, 이란 등 이슬람권 국가들은 잇따라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하마스와 연대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무슬림과 아랍인들에게 '강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즉시 거리와 광장으로 나가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곳곳에서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를 규탄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레바논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레바논 베이루트의 미국 대사관 앞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이 발사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베이루트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도 수백명이 시위를 펼치며 대사관 앞에 있던 돌을 던졌다.

튀니지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여 '프랑스인과 미국인은 시오니스트 동맹들이다'며 '튀니지에서 미국 대사관을 철수하라'고 외쳤다.

이란 테헤란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영국과 프랑스 대사관 앞에 모여 '프랑스와 잉글랜드에 죽음을'이라고 소리치고 대사관 벽에 달걀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병원에서 발생한 폭발과 그로 인한 끔찍한 인명 손실에 대해 분노하며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소식을 들은 즉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다"면서 "국가 안보팀에 정확한 사고 경위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번 폭발의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CNN은 이번 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른 상황에서 발표됐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로 이동해 곧장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면 회담에 나설 계획이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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