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발달지연아동 가족연대 "현대해상 보험금 부지급 횡포에…아이들 치료중단·피눈물"

신수정 기자 2023-10-25 18:37:23
이성재 현대해상 대표가 오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 출석을 앞둔 가운데, 현대해상으로부터 발달지연아동 치료비 보험금 지급을 거부받은 양육자 200여명이 모인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의 대표자인 송수림씨의 발언이 주목된다. 

송수림씨는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현대해상의 자녀 발달지연 실손보험금 부지급 사태를 고발했다. 이는 정무위가 남은 종합감사에 이 대표의 소환을 결정한 주된 배경이다. 

현대해상은 지난 5월부터 발달지연아동에 대한 심리치료비 등 보험금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면허를 가진 대학병원, 국가지원 발달장애인거점병원을 제외한 의원급·아동병원에서 민간 놀이치료사가 치료를 진행한 경우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보험 가입자들에게 통보했다.

이와 관련 현대해상은 발달지연아동 치료 관련 브로커 개입 사례를 포착함에 따른 결정이란 입장이다. 해당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발달지연아동 치료와 관련, 브로커와 병원 간의 수익 배분이 작성된 계약서를 확보했다”며 “다른 보험소비자들에 전가될 피해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어 기준을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대해상의 결정은 발달지연아동 가정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송수림씨는 해당 가정들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전하며 오열했다.  

아래는 이와 관련한 송수림씨의 발언(10월12일) 전문이다.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소속 송수림씨(왼쪽)가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참석해 현대해상이 발달지연아동에 대한 민간자격증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온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지금까지 발달지연아동에 대한 건강보험은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유일한 국가지원인 바우처는 맞벌이 부부의 소득기준으로는 신청조차 할 수 없습니다. 소득기준에서 제외되지 않아 신청할 수 있다고 해도 기본 대기가 1년에서 2년 정도 걸립니다. 현장에서는 누릴 수가 없습니다. 

또한 발달지연 치료는 장기간이고 반복적인 치료로 통해 좋아지는데, 앞서 이야기드린 것처럼 발달지연아동을 위한 국가 지원정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모든 치료비용은 오롯이 부모가 부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저희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었던 것은 실손보험(태아보험‧어린이보험)뿐이었습니다. 

발달지연아동은 상태에 따라 의사의 진단 및 처방을 받고 언어, 감각통합, 인지, 놀이 등 복합적인 치료를 하게 됩니다.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각 과목별 최소 주 2회의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치료금액이 한 과목당 1회 8만원에서 12만원 정도 되고요. 이 때문에 평균적으로 매달 들어가는 치료비는 최소 100만원에서 400만원 정도 됩니다. 맞벌이 부부의 월급의 3분의 2를 치료비로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2023년 5월18일 현대해상은 일방적인 알림톡으로 민간자격증 치료에 관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기존에는 기존 보험청구서류만 내면 (보험금을) 지급을 했었지만, 통보 이후에는 부모가 치료사 자격증 번호가 적혀 있는 서류를 제출해도 민간자격증이라며 지급하지 않는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저희 부모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아이들의 치료를 중단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고, 발달 퇴행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발달 퇴행이 오면 결국 발달장애로 가기 때문에 부모들은 치료를 중단하지 않으려 투잡을 뛰고 여기저기 돈을 빌리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이를 사지로 내몰지 않기 위해서 부모들은 둘째 출산도 포기하고, 집 전세금까지 빼가며, 스스로를 갈아 넣어 아이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조차 보호해주지 않는 지금의 대한민국 복지정책이 더이상 아이를 낳고 싶지도, 낳을 여력도 없게 만듭니다. 

발달의 골든타임은 만 0세에서 만 7세로 이 시기 치료가 제일 중요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발달지연을 알게 되는 만 2~3세부터 치료가 가능한 기간이 고작 4~5년에 불과합니다. 미국에서는 발달 가능성을 보고 만 9세까지는 정확한 진단을 보류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준조차 없습니다. 보험사는 1년 전후로 치료를 종료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복지부에서 발달지연아동 나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워 아이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정말 부탁드립니다. 

현대해상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발달장애인거점병원과 대학병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민간자격증 치료사들에 대한 치료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 반면에 일반 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불법 의료행위라고 치료를 못 받게 하고 있습니다. 기존과 같은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대학병원에 가야 하는데 평균 대기기간이 2년 이상입니다. 언어재활사 등이 상주하는 일반 의원에서 하는 발달치료센터 또한 부족해서 기본 6개월 이상을 대기합니다. 그렇게 당장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발달 퇴행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든 발달지연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의 치료가 무사히 종결되고 정상발달의 아이처럼 평범하게 자라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저 또래들처럼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일상을 경험하길 희망합니다. 

코로나란 세계적인 재난의 시기를 겹쳐 친구들과는 다른 속도로 자라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을 혼자서도 헤쳐나갈 수 있는 동등한 기회와 권리가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인정해주시고 도와주세요. 조금 느리지만 제 모든 것인 아이입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느린 걸음이지만 저와 전력으로 걷는 중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게 부탁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댓글

(1)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최신순 과거순 공감순
  • 즐겁게, 열정적으로~~^^
    즐겁게, 열정적으로~~^^ 2023-10-29 09:27:33
    의료자격도 없는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진행되는것도 보험으로 해줘야해? 암튼 민주당은 그저 표 되는것들만 골라서 기준도 없이 행동할려는 행동들..언제나 사회 혼란만 부추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