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84)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2세대 항공사 ①

2023-11-01 05:51: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2005년과 2006년 K-LCC ‘1세대 항공사’ 두 곳이 취항을 했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생태계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한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가 되자 전국 곳곳에서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항공사 설립 붐이 일었다. 전국에 산재한 공항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항공사를 설립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나섰다. 본격화된 시점은 2007년이며, 이 시기를 K-LCC 역사에서는 ‘제1차 K-LCC 춘추전국시대’로 기록된다.

1년여가 흐른 2007년말 시점에서 항공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영남에어, 부산항공(지금의 에어부산), 전북항공(중부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코리아(지금의 진에어), 인천항공(인천타이거항공), 대양항공(코스타항공), 퍼플젯, 신라항공, 포천항공, 젯코리아 등 총 11개사였다. 제주항공, 한성항공 등 1세대 항공사 2개사 체제에 이들 11개사가 모두 성공적으로 취항한다면 2008년에 우리나라는 기존항공사와 기존 K-LCC까지 합해 총 15개 항공사가 좁은 하늘길을 두고 경쟁을 펼치게 되는 모양새였다.

이 같은 전국적인 K-LCC 설립 붐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23년 현재 9개사에 이르는 기이한 수준의 과포화 숫자를 이미 16년 전에도 현재와 똑 같은 우려를 했던 셈이다. 당시 제기된 우려나 지금의 우려나 거의 닮은꼴이다. 2007년말 우리사회에서 터져 나온 우려의 골자는 항공업은 막대한 초기투자비를 필요로 하고 유가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고 이로 인한 비행 안전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자본구조가 취약한 신생항공사의 경우 고경력의 조종사와 정비사 등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비용절감을 병행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특히 전국에서 일시적으로 생겨나는 지역항공사들이 잇따라 출범하면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 등 부작용도 우려됐다. 게다가 각 지역에서 운항을 준비하고 있는 노선들은 대부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기존항공사들이 운항을 중지한 노선이었다. 당시 항공업계는 "항공사업은 버스나 택시처럼 단순히 기재만 도입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신생항공사의 무더기 추가 설립으로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안전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LCC업계는 2세대를 열었다. ‘2세대 항공사’의 면면 가운데 실제 취항에 성공한 곳은 에어코리아, 영남에어, 부산항공, 이스타항공 등 4개사에 달했다. 준비중이었던 11개사 가운데 4곳이 실제 취항에 성공했으니 성공률은 무려 36.4%에 달했다. 이들 4개사 가운데 에어코리아와 부산항공은 한두 번 이름이 바뀌어 지금의 진에어와 에어부산으로 운항중이고, 이스타항공은 그새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고, 영남에어는 취항 4개월여 만에 운항을 중단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 외에 취항준비 과정에서 실패했거나 회사설립 추진중에 중도 포기한 항공사는 인천항공(인천타이거항공), 대양항공(코스타항공), 전북항공(중부항공), 퍼플젯, 신라항공, 포천항공, 젯코리아 등 7개사에 이른다.

K-LCC 2세대 항공사가 등장하고, 제1차 K-LCC 춘추전국시대가 되자 객실승무원이 항공사를 대표하는 얼굴로 부각되면서 자연스레 객실승무원 유니폼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았다.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잡은 객실승무원 유니폼의 특징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활동성에 중점을 둔 단아한 이미지라면 K-LCC들은 도시적 세련미를 강조했다. K-LCC들은 항공사 콘셉트를 유니폼에 그대로 적용했다.

에어부산의 유니폼은 국내 대표 여성디자이너 지춘희 씨가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기존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활동성과 실용성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객실승무원 뿐만 아니라 공항직원 유니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제일 먼저 고객을 맞는 역할을 지상직원이 하기 때문이었다. 에어부산은 "도시적인 세련미를 느낄 수 있는 실루엣과 밸런스를 강조하고 전체적으로 젊고 발랄한 디자인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의 유니폼은 도입당시 파격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젊은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청바지와 티셔츠, 캡모자와 캔버스화가 정식유니폼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진에어가 유니폼으로 구입한 청바지는 미국 프리미엄 진 브랜드로 '세븐진'으로 알려진 '7for all mankind'였다. 2000년에 런칭한 이 브랜드는 국내에는 제일모직이 직수입해서 판매했다. 백화점에서는 보통 30만~4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고, 더 비싼 청바지는 60만원까지 했다. 진에어는 "LCC의 싼 이미지를 탈피하고 프리미엄의 적절한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프리미엄 실용항공사'라는 브랜드 포지셔닝을 유지하기 위해 프리미엄 진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량구매를 하기 때문에 시중가격보다 상당히 저렴하게 구매를 하고 있고, 다른 항공사들의 유니폼 제작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유니폼을 제작하면서 원가절감을 추구했다. 2008년 창립당시 업계의 관행을 깨고 사회적 기업인 MK패션산업협회를 통해 '참 신나는 옷'이라는 업체에게 제작을 의뢰했다. 흔히 말하는 동대문 상가에서 주문했다. 이스타항공은 당시 이같은 결정에 대해 "공익을 위해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원가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