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83)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1세대 항공사 ⑪

2023-10-25 05:26: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제주항공의 기내서비스 가운데 2007년 7월20일부터 실시한 ‘뷰티풀코리아’라는 게 있었다. 이 서비스는 LCC 비즈니스 모델에 부합했고, 비행기의 단점을 보완하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당시 운용중이었던 Q400 기종은 보잉이나 에어버스 항공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를 비행했다. 기존항공사가 고도 2만5000피트(7500미터) 내외 상공을 운항하는 데 반해 제주항공은 1만7000~1만8000피트(약 5000~5500미터)에서 비행했다. 비행고도가 낮으면 지상의 풍경이 훨씬 선명하게 보이고, 귀가 먹먹해지는 현상도 덜 나타나며 무엇보다 이, 착륙 시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시원스레 구름 위를 나는 기존항공사의 비행기 타는 맛보다는 떨어졌다.

제주항공이 취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사정으로 Q400 기종을 선정했지만 선정조건에서 간과하거나 빠뜨린 항목이 있었다. 그건 바로 우리나라 여름 날씨를 감안하지 않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Q400 기종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여름 장마철에는 상당히 취약한 꼴을 드러냈다. 취항 첫 해 어느 비 오는 여름날, 그날 따라 한반도 상공에 유난히 낙뢰가 많아 보유항공기 가운데 1대를 뺀 나머지 항공기 전체가 낙뢰로 그라운드 되어 수리를 받아야 했다. 이후, 비가 오는 날이면 제주항공 조종사들은 다른 항공사처럼 비구름을 피해 구름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구름을 옆으로 멀리멀리 피하는 회피비행을 했다. 장마철에 김포~제주 노선을 비행하고 돌아온 조종사들 사이에서 “한반도 상공 전체에 구름이 가득 껴 낙뢰를 피하느라 서쪽으로 서쪽으로 회피비행하다가 하마터면 중국까지 넘어갈 뻔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곤 했다.

취항 초 이처럼 단점만 부각되는 Q400 기종에 대해 역으로 장점을 ‘찾아내’ 부각시켜 보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뷰티풀코리아 서비스가 기획됐다. 사실 Q400은 국적항공사 가운데 비행고도가 가장 낮아 비행시간 내내 우리 산하의 구석구석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유일한 기종이었다. 과장하면, 비행기에서 땅 위의 사람이 보일 정도였다. 또 기존항공사 대부분의 항공기 일부좌석에서 날개에 가려 지상조망이 곤란한 반면 이 비행기는 좌우 2좌석씩 배치되고 동체 상단에 날개가 장착돼 전좌석에서 지상조망이 가능했다.

2007년 7월20일이후 한동안 제주항공 기내에서는 여행가이드의 해설이 방송되는 투어버스처럼 이색적인 기내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조종사나 객실승무원이 “이 비행기는 지금 막 육지를 벗어나 바다를 날고 있습니다. 아래 내려다보이는 게 추자도입니다. 추자도는 한반도 남서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중간지점에 위치하며, 상추자도·하추자도를 묶어 추자도라고 부릅니다. 1271년 고려시대에 후풍도에서 지금의 이름인 추자도로 바뀌었다고 하며, 1910년까지 전라남도에 속했다가 행정구역 개편으로 제주시로 편입되었습니다.” 등등의 방송을 했다.

새벽이나 야간비행시 또는 기상상태가 나빠 육안으로 지형 판별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실시되지 않았고, 탑승객의 휴식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 편당 3~5곳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또 야간에 김포공항 착륙시 탑승객들이 서울 도심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기내방송으로 사전공지한 후 객실조명을 완전 소등했다.

내친김에 10월1일 국군의날에는 객실승무원들이 유니폼 대신 군복을 입고 기내서비스를 했다. 이날은 군복과 군화를 착용한 남녀 객실승무원들이 국군의날 특별 기내방송을 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기내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이날 항공편에 탑승한 정복착용 군인에게는 남성용화장품을 증정했고, 승객들은 군복을 입은 객실승무원과 기념촬영을 할 수 있었다.

2007년 11월12일에는 평양에 직항기를 띄웠다. 제주항공은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초청을 받아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제주특별자치도 방북단 70명을 태우고 이날 오전 7시30분 제주공항을 이륙했다. 편명 7C6023 특별기는 서해직항로를 따라 비행해 오전 10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방문단을 내려두고 약 1시간 후 김포공항으로 돌아왔고, 방북일정이 마무리되는 11월14일 다시 평양으로 가 오후 4시30분 순항공항을 출발해 오후 7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는 제주도의 감귤보내기운동에 사은의 뜻으로 2002년 5월 제주도민을 초청한 뒤 2002년 11월, 2003년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모두 760여명을 초청한 바 있다. 북한은 제주도에서 1998년 이후 해마다 감귤 및 당근을 보내 동포애를 보여 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제주도민을 초청해왔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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