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법 입법 추진…국내 IT업계는 난색

지배적 사업자 지정해 감시…자사우대 등 '반칙 행위' 금지
황성완 기자 2023-12-20 16:44:30
네이버·카카오 등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들의 반칙 행위를 막고,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 표 플랫폼법'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난 19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플랫폼 경쟁촉진법 도입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일부 대형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하고, 자사우대 등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해 원천 금지하는 내용이다.

매출액과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별로 지배적 사업자를 정하고, 자사 우대 및 멀티호밍 금지 등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법안에 담길 예정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독점력 남용은 규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배적 사업자 지정 기준을 마련하고, 사업자들에게 지정 전 의견제출, 지정 후 이의제기, 행정소송 등 항변 기회를 다양하게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약 반칙행위를 했더라도, 소비자 후생 증대가 있거나 경쟁 제한성이 없는 등의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업자들이 입증하는 경우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부연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독과점 플랫폼의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차단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갑을관계 규율은 자율규제에 맡기고, 독과점을 비롯한 경쟁 저해 문제는 법 제·개정 등을 통해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도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공정위에 지시했다. 그는 앞서 민생 타운홀 미팅에서도 "플랫폼이 경쟁자를 다 없애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독점한 후 가격을 인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올해 초 독과점 규율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9차례 논의 끝에 플랫폼 시장에 대한 현행 규율체계의 보완이 필요하며, 정부의 입법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공정위는 그간 공정거래법을 통해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에 대응해 왔으나,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 속도에 비해 제재는 너무 늦게 이뤄져 시장 경쟁 회복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홍선 공정위 부원장은 "아직 논의 출발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입법 목표 시점을 정해두지는 않았다"며 "이번 국무회의 보고내용 등을 바탕으로 (가칭)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안 마련 및 발의를 위해 관계부처 및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IT업계는 난색...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만 규제로 발목 잡힌다

그러나 IT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발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정위의 플랫폼법은 '사전 규제'에 대한 대상 규정이 중요한데, 구글·네이버·카카오·쿠팡 등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료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구글과 같은 해외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국내 플랫폼 기업들만 규제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구글 등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는 앞선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통상 마찰'이라는 특수성에 힘이 실린 적이 없다. 국내에서 매출을 일으켜도 해외 특정 지사로 매출을 옮기는 등의 행위를 해도 국내 조세당국이 맥을 못추고 있다. 더불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최근 사전 규제 도입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사실상 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봐도 무방하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플랫폼 기업이 규제에 묶일 경우, IT 기업 생태계 전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 영역에서 가장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 기업이 위축되면 투자와 신사업 위축은 물론 일자리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이번 플랫폼법 입법 지침이 자칫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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