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수능' ,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 줄인다

'킬러 문항' 배제‥ 교사 중심 '수능평가 자문위' 운영
김성원 기자 2023-06-26 16:33:16
[스마트에프엔=김성원 기자]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공교육 강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사교육 경감대책을 내놓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중심의 '공정한 수능'을 단계적으로 실현해 연 26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며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사교육비 관련 종합 대책을 내놓은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교육부는 성실하게 학교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수능에서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의 킬러 문항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적정 난도와 변별력을 갖춘 문제가 출제될 수 있도록 교사를 중심으로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신설해 수능 출제 단계에서 킬러문항을 걸러낼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3년간 수능과 올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문항 가운데 '킬러 문항'을 가려내 공개했다. 국어 7건, 영어 6건, 수학 9건 등 총 22건이 킬러문항으로 지목됐다. 이들 문항의 과목별 정답률은 국어 15∼36.8%, 수학 2.9∼14%, 영어 17∼29.1%였다. 

국어의 경우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이나 전문용어를 사용해 배경지식이 있는 학생에게 유리한 문제, 수학은 여러 개의 개념을 결합해 과도하게 복잡하고 실수를 유발하는 문제, 영어는 전문적인 내용 또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어서 영어를 해석하고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문항 등이 킬러 문항으로 분류됐다. 교육부는 앞으로 수능에서 이 같은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 않게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오는 9월 모의평가 출제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킬러 문항 선정 기준이 여전히 모호한데다, 명확한 변별력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수험생들의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수능부터는 교사 중심으로 출제진을 구성하고 수능 문항 정보도 추가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또 입시학원이 수능 출제경험이 있는 교사·교수에게 모의고사 문항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출제위원이 일정기간 수능 관련 강의·자문 등 영리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학생 누구나 학원의 도움 없이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현장 교사 중심의 무료 대입 상담 등 '공공 컨설팅'을 실시하고 대입 정보 제공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중·고교 교과 보충용 사교육을 줄이고자 EBS 시스템을 개편하고 유료 강좌인 '중학 프리미엄'을 무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방과 후 교과 보충지도 등 공교육 보충학습도 강화한다.

교육부는 유·초등 단계에서의 사교육비 경감도 추진하기로 했다.

유아 단계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을 대비한 사교육 수요를 고려해 유-초 연계 '이음학기'를 확대해 운영하고, 영어·예체능 등 수요가 많은 방과후 과정을 위해 재정 지원도 늘린다. '초등의대반’이나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대한 실태 조사도 실시해 학부모가 불안감 때문에 사교육에 과잉 의존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사교육 시장의 '이권 카르텔'과 관련해 "사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 부분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교육부에 여러 제보가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 오늘 조간신문을 보니 40여 건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관계 당국에서 잘 조사해 조치를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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