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 영장 기각…"헌정 질서 지켜준 사법부에 감사"

법원, "방어권 보장 필요"
檢, '무리한 수사' 비난 직면
김성원 기자 2023-09-27 03:51:1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새벽 기각됐다.

체포동의안 국회 가결 이후 정치 인생 최대 고비를 맞았던 이 대표는 기사회생하게 됐다. 반면 구속을 자신하던 검찰은 이 대표 신병확보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수사에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또 거대 야당 대표를 상대로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23분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성남도개공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새벽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 논란 등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7분부터 오후 7시23분까지 약 9시간20분에 걸쳐 심문을 진행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지난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위증교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이 대표는 백현동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북한에 지급해야 할 방북비용 등 총 800만달러를 쌍방울그룹에 대납하게 한 혐의,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이 대표는 검찰과의 법정 싸움을 준비하면서 민주당 내부를 재정비해 총선 준비에 나서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생환하며 향후 정치적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가 이전보다 선명한 친명 체제를 구축해 당내 장악력을 끌어올리고 총선까지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비명계에 대한 본격적인 ‘청산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비명계 주요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경선 낙선 운동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3시50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면서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굳건하게 지켜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사법부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구속영장이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한 만큼 영장 재청구보다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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