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핼로윈”...이태원 참사 1주기, 유통가 '조심·자제'

홍선혜 기자 2023-10-27 10:27:34
매년 10월 31일은 유통업계의 특수 중 하나인 핼러윈데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만큼 전반적으로 조용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몇몇의 업체들은 핼러윈 용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요란스럽게 판촉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괜한 논란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외식업계 부터 마트, 백화점까지 핼로윈을 앞두고 별다른 마케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핼러윈 데이'를 맞아 구경나온 시민들 /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는 매년 할로윈 시기마다 각종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매출을 20~30% 끌어올려 특수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인해 유통업계는 4분기 대목을 앞두고 각종 연말 행사나 프로모션을 전면 중단해야 했다. 각종 연말 행사가 진행되는 4분기는 매출이 한 해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시기지만 이를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다. 

특히 핼러윈의 경우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인 만큼 중요한 대목이라는 것의 업계의 중론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대표적으로 신세계와 롯데가 경쟁 분위기를 자아냈던 같은 기간 연 그룹 통합 행사인 ‘쓱데이', '롯키데이'를 취소하고 백화점 외부 단장까지 모두 없애며 이벤트를 잠정 연기했으며 신세계는 계열사인 스타벅스 역시 핼러윈 한정 음료와 기획상품(MD) 등 관련 행사도 취소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11월 3일 크리스마스 외벽 장식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핼러윈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얼어붙은 분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물론 제과업계에서도 핼러윈 특수 마케팅을 별도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다이소의 경우 할로윈 파티 용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상품수를 절반가까이 축소했고 매년 할로윈 마다 전용 메뉴를 출시했던 스타벅스 역시 잠잠하다. 지난해 할로윈 콘셉트로 제품을 내놨던 버거프렌차이즈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커뮤니티에서는 할로윈 축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애도하는 마음은 있지만 다 죽어가는 이태원 상권은 누가 살리냐”, “핼러윈 때 이태원을 간다고 욕을 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인 것 같다”는 의견이 오갔으며 

아트박스 등 핼러윈 파티 용품 제품을 판매하는 일부 매장을 보고 “애도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 축제에 왜 이렇게 열광인지 모르겠다” “이 참에 핼러윈을 없앴으면 좋겠다”는 등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유통업계관계자는 “핼로윈에 대해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무겁다”며 “이태원 참사 1주기인 만큼 유통업계에서도 전반적으로 매우 조심스럽고 자제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외국 기업인 게임업계에서는 할로윈 마케팅을 그대로 진행하는 움직임이 크다”고 덧 붙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층들이 유독 서양문화인 핼러윈에 열광하는 이유는 본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분장을 하고 글로벌하게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매게 라고 생각하기 때문” 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핼로윈을 챙기는 것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 사고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 한 두해 정도는 추모의 분위기를 지키는 것이 옳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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