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보험업계, 세대교체 ‘강풍’…리스크관리 앞세워 CEO ‘줄교체’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키움證 모두 CEO 교체
삼성생명·화재 대표에 삼성화재 출신 라인업 구성
신수정 기자 2023-12-22 16:06:07
사진=픽사베이


국내 증권‧보험업계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연말연시 인사 시즌을 맞아 리스크관리, 대내외 위기 대응 등의 영향으로 최고경영자(CEO)가 ‘줄교체’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키움 등 국내 5대 증권사와 삼성화재‧생명, 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대형 보험사들이 최근 인사에서 CEO를 교체했다. 

증권업계는 사모펀드 사태, 주가조작 등 금융사고부터 차액거래결제(CFD)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실적 부진 등 리스크관리 실패로 업황이 위축되면서 리더십 교체 바람이 불었다. 특히 장기간 회사를 이끌어온 CEO들이 대거 물러났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그룹의 창립 멤버이자 7년간 증권 부문을 이끌었던 최현만 회장을 퇴진시키고 그 자리에 김미섭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동시에 허선호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2명의 각자대표 체제로 개편했다. 

5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끈 정일문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후임 김성환 부사장에 대표직을 물려줬다. 삼성증권도 6년간 자리를 지켜온 장석훈 사장의 퇴진으로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이 신임 대표에 올랐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라임펀드 사태로 처분받은 중징계에 대한 금융당국과의 법정 공방으로 당장의 연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KB금융지주는 박 사장 자리에 이홍구 KB증권 WM영업총괄본부 부사장을 내정했다. 앞서 박 사장과 대표직을 함께한 김성현 대표는 연임에 성공, 기업금융(IB) 부문 대표를 유지하면서 KB증권의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게 됐다. 

라덕연 사태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등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린 키움증권도 황현순 사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물러났다. 후임으로는 엄주성 부사장이 내정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계 CEO 교체와 관련해 “올해 크고 작은 사건들과 함께 실적이 악화되면서 증권사 전반에 리더십 교체 필요성이 대두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 대응과 미래 성장 전략의 변화를 모색하는 등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둔 세대교체 인사가 이뤄졌다. 

국내 상위 보험사로 꼽히는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출신으로 CEO 라인업을 구축, 각 대표이사 자리를 쇄신했다. 삼성생명 대표 자리에 전영묵 사장 대신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을, 삼성화재 대표 자리에는 이문화 전 삼성생명 부사장을 내정했다. 

특히 동생 격인 삼성화재에 뒤처지는 실적을 보였던 삼성생명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두루 경험해 본 홍 사장이 바톤을 넘겨받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홍원학 사장이 생·손보에 걸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널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견인할 것”이라며 “고객 신뢰 구축과 사회와의 상생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메리츠화재는 김용범 부회장 대신 새 대표이사에 ‘보험통’인 김중현 경영지원실장(전무)을 신규 선임했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겸 그룹부채부문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인사에서 신임 대표에 오른 김 전무는 1977년생으로 보험업계 최연소 CEO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핵심 경영진에 젊고 유망한 인재를 적극 등용하는 한편 차세대 그룹 CEO 후보로 발탁했다”며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안정적 CEO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은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후임 자리에 구본욱 리스크관리본부 전무를 발탁했다. 구 전무는 1994년 KB손보의 전신인 럭키화재 입사 이후 경영전략본부장, 경영관리부문장(CFO), 리스크관리본부장(CRO) 등을 역임한 재무·전략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특히 첫 내부출신 인사인 동시에 전무급이 대표로 올라선 경우라 안팎의 관심도 집중됐다. 

KB금융그룹은 “세대교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 정착과 계열사 핵심인재 발탁을 통한 그룹 인적 경쟁력 강화 및 조직 내 활력 제고를 중점에 두고 후보를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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