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희롱·추행 논란' 남해축협 조합장, '피해자와 3분 거리' 하나로마트 출근…"이게 분리냐"  

13일 조합장 A씨 관련 최초 언론보도…갑질 수면 위로
15일 농협중앙회, A씨 1차 방문 "피해자와 분리하라"
28일 농협중앙회, A씨 불응 사실에 2차 방문 및 지도
29일 A씨, 남해축협과 251m 거리 하나로마트 출근
권오철 기자 2024-03-05 21:45:21
경남 남해축산농협 조합장 A씨. 사진=A씨 카카오톡 캡처 

직원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 폭언, 폭행, 갑질 등 논란을 빚고 있는 경남 남해축산농협(남해축협) 조합장 A씨가 최근 성폭력 피해 직원의 근무지에서 분리된 하나로마트에 출근 중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와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농협중앙회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9일부터 남해축협이 아닌 인근 하나로마트로 출근했다. 같은 달 13일 A씨의 갑질 사태가 언론을 통해 최초로 수면 위로 드러나자, 농협중앙회 경남본부 측은 이틀 후인 15일 남해축협을 찾아가 A씨와 성폭력 피해자의 분리를 지도했다. 

하지만 A씨가 지도를 따르지 않고 변함없이 남해축협 본점으로 출근한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들과 버젓이 같은 공간에서 버틴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접수한 경남본부는 같은 달 28일 2차 방문 및 지도를 했고, A씨가 마지못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 A씨와 피해자의 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남해축협에서 해당 하나로마트까지 거리는 251m 남짓. 보도로 3분 거리다. 남해축협 한 관계자는 "필연적으로 A씨와 피해자가 마주칠 수밖에 없는 거리"라며 "이걸 분리라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A씨를 인근 하나로마트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관련 피해자가 넓게 포진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남해축협 관계자는 "본점으로부터 20분 거리에도 지점이 있었지만 그곳에도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며 멀리 보내지 못한 사연을 전했다. 

하나로마트 상황도 정상은 아니다. 성폭력 피해자만 없을 뿐, 폭언 등의 피해자는 있다고 한다. 

남해축협과 인근 하나로마트는 251.1m 떨어져 있으며, 이는 도보로 3분 거리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지난 2015년 3월 임기 4년의 조합장에 취임한 A씨는 3연임을 하면서 올해로 9년째 직을 맡고 있다. 그간 그의 각종 갑질로 직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직원들이 아직 3년의 임기가 남아 있는 '살아있는 권력'에 반기를 든 것은 수년간 곪다 곪은 상처가 터져나온 것이란 증언이다. 

남해축협 현직 직원 8명과 퇴직 직원 3명 등 총 11명이 A씨를 상대로 경찰에 고소하거나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아울러 '남해축협 갑질 조합장 구속 퇴출을 위한 직원 대책위원회'가 구성됐으며, 대책위는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 조합장을 파면시킬 것"을 농협중앙회에 요청했다. 

농협중앙회는 징계를 통해 조합장을 파면까지 몰고갈 수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농협중앙회는 경남본부에 공을 넘겼고, 경남본부는 560여명의 남해축협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넘긴 모양새다. 경남본부 관계자는 "남해축협 조합원들에게 조합장 해임건의 절차를 지도했다"고 말했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어날 의사가 있을까? 본보는 이번 논란과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입장을 듣기 위해 A씨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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