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보사만 몸집 불렸다” 보험업계 역대급 이익 불구…디지털 손보사는 '울상'

대형사 ‘최대이익’ 경신할 때 디지털사 ‘순손실’ 누적
…보험연구원 “보험산업 정착 지원책 필요” 제언
신수정 기자 2024-03-26 16:52:43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CI. 제공=각 보험사

대형 손해보험사와 디지털 손해보험사 간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는 최근 2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반면, 같은 시기 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디지털 손보사는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다. 

2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31개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조2626억원으로 전년 대비 50.9%(2조786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2022년)에도 2021년보다 26.6%(1조1489억원) 늘어난 5조47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종합하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31개 손해보험사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IFRS9·IFRS17 등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영향과 손보사의 장기보험 판매증가 등 실적개선 효과가 맞물리면서 발생한 손익변동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성과는 ‘빅5’ 손보사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총 6조4917억원으로 전년(4조2678억원)보다 52.1% 급증하며 사상 최고 이익을 냈다. 

그러나 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보 등 디지털 손보사 4곳은 최근 2년간 2000억원대 수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들의 연도별 순손실은 2022년 1895억원, 지난해 209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순손실 규모가 가장 큰 보험사는 하나손해보험이다. 하나손해보험은 2022년 –689억원에서 지난해 –879억원으로 손실이 확대됐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손실 규모가 적은 편에 속하지만, 하나손보와 마찬가지로 순손실이 늘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2022년 –261억원에서 지난해 –37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회사 동향’ 보고서에서 “디지털 보험사의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며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손해보험 상품을 출시하거나 판매 비중을 높이려는 전략을 취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손보사들이 채널과 상품 구조의 한계로 만성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디지털 보험사의 주력 채널은 대면 영업이 아닌 비대면 온라인 영업이다. 또 보험상품도 비교적 간단한 여행자보험, 휴대폰보험, 자동차보험,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 등 수익성이 낮은 구조를 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산업에 잘 정착한다면 새로운 경쟁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보며 “실질적인 운영 부담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여 보험산업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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