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가속페달…흔들리는 대형마트, 이대로 무너지나

홍선혜 기자 2024-04-08 10:41:36
유통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했던 대형마트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19 등으로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쿠팡, 네이버쇼핑, 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 기업의 전방위 공세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대형마트는 외형을 줄이거나 식료품으로 가득채운 ‘그로서리 매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유통 업계의 대장주는 쿠팡이다. 쿠팡은 새벽배송 로켓배송 등을 앞세워 단숨에 유통 시장 1위로 올라섰고, 빠른 배송을 이끌어 온 쿠팡 덕에 소비자들의 이커머스 이용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이마트를 제치고 유통 부문 최고 브랜드에 올라섰다. 지난 달 31일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올해 1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쿠팡은 브랜드 가치 평가지수 902.8점을 획득해 종합 9위에 오르며 기존 유통 업종 1위 브랜드였던 이마트(12위)를 제쳤다.

아울러 쿠팡은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6174억원을 찍으며 설립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사옥 /사진=각사


초저가 중국 플랫폼 공세...국내 유통 시장 흔들어 

알리, 태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의 공격은 대형마트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초저가를 내세워 급속도로 국내 유통시장을 파고드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은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유통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으며 향후 3년간 1조5000억원을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K-VENUE를 따로 구축해 신선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 애경,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 브랜드도 다수 입점해 있는 상태다.

실제 중국 이커머스 진출 속도가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국내 유통기업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업체의 69.4%은 중국 온라인 플랫폼의 국내 진출 확대가 국내 유통시장이나 유통업체에 위협적이라고 답했으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온라인쇼핑업체 59.1%가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 중 대형마트(56.7%)와 슈퍼마켓(48.9%)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최근 중국 온라인 플랫폼이 한국 제품까지 취급하면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 정용진 신세계그룹회장이 이마트 연수점을 방문해 고객과 기념사진을 찍고 소통하고 있다. / 사진=홍선혜 기자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000억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신세계건설 대규모 손실로 연결기준 첫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16조5500억원)이 전년 대비 2.1% 줄었고, 영업이익(1880억원)은 27.4% 떨어졌다. 이마트 직원도 2만2744명으로, 전년 대비 1100명 급감했다.

이러한 난항 때문인지 지난 25일에는 1993년 창립 이래 첫 전사적 희망퇴직을 알렸다. 밴드 1·2·3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밴드1은 수석부장, 밴드2는 부장, 밴드3는 과장급에 해당한다. 

이마트는 올해 초 폐점을 앞둔 상봉점과 천안 펜타포트점에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고, 이번에 희망퇴직을 전사적으로 확대했다. 

상황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지난 2021년 상반기·하반기 2회 연속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도 전 직급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마트 현재 전국 점포 수는 111개로, 2020년 실적이 좋지 않은 점포 12개를 정리했다. 홈플러스는 2019년 6월 140개였던 매장을 지난해 6월까지 131개로 감소시켰으며 오는 11월 계약 만료를 앞둔 목동점을 폐점할 예정이다.

대형마트의 반격은?...오프라인 강점 살린다

대형마트가 외형을 줄여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래형 매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만 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직접 만지고 눈으로 보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식료품의 경우 직접 시식 후 구매할 수 있는 점도 대형마트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형마트는 ‘그로서리 매장’을 확대해 식품 비중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마트의 경우 ‘오프라인’ 전략을 택했다. 이마트는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오프라인 3사의 매입·물류·마케팅 등 기능 통합을 추진해 업의 본질을 회복해 매출과 수익 반등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업태에 최적화된 해외 직소싱 상품 매입을 늘리고 노브랜드는 가성비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생활밀착형 신규 모델을 출점할 예정이다. 여기에 SSG닷컴·G마켓과의 협업해 상품과 가격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안을 세웠다. 

또 연내 최소 5개 이상 출점 대상지를 확보해 새로운 형태의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식료품 전문 초저가 할인마트)를 선보이고, 죽전점 등 이마트 기본점을 미래형 쇼핑몰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쇼핑 오카도 부산CFC 조감도. / 사진=롯데쇼핑

롯데마트는 지난해 하반기 은평점에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그랑 그로서리'를 오픈했다. 반응은 순조로웠다. 오픈 이후 지난 달 중순까지 방문 고객,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15%, 10%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2년 2월부터 현재까지 총 24개 매장을 초대형 식품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등 몸집이 커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위기에 직면한건 사실”이라며 “다만 이커머스가 하지 못하는 것을 대형마트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미래에도 대형마트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최근에는 점포수를 줄이고 체험형 매장으로 탈바꿈 하는 등 기업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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