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s 농업딥썰] 직불제를 다시 생각한다

김미정 기자 2019-09-20 10:06:24

[스마트에프엔=김미정 기자] 직불제는 국제적으로 기존 농업보조 방식이 지나치게 시장왜곡을 초래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시장왜곡을 최소화 하면서 농업인의 소득을 지지하는 정책수단 마련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원칙적으로 농업에 대한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보조감축에 대응하기 위한 보조방식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직불제를 도입할 경우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 먼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정책과 직불제의 정책목표가 상충되는 문제가 있고, 다음으로 직불제를 생산 중립적으로 운용하라는 요구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였다.

이에 대한 당시 우리나라의 입장은 식량 자급률이 낮은 농산물 수입국이므로 어느 정도 생산과 연계가 불가피하다는 점,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선진 농업국과는 달리 기존 정책에서 소외되었던 부문에 대한 새로운 지원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직불제를 도입했다.

도입 이후 장점과 단점이 수 없이 제기 됐다. 그중 주요 쟁점을 꼽아봤다.

첫째, 쌀 문제와 관련한 쟁점이다. 직불제 예산의 80% 이상이 쌀에 집중되어 있다. 직불제 도입 당시 목적은 수매제 폐지와 쌀시장 개방에 따른 소득 손실분을 보전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으로 올수록 쌀 공급과잉 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시장개방에 따른 원예작물의 피해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직불제 개편 논의와 쌀 목표가격 재설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농업인단체를 중심으로 변동직불제 폐지 또는 전환 시 경영안정 기능을 할 수 있는 보완수단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 농업의 공익적 역할 제고를 위한 직불제 도입 관련 쟁점이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상당히 이루어졌지만, 공익적 기능의 정의, 범주, 적합한 정책 수단, 실천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지 못하다. 정책 수단으로 공익 의무 수행과 직불금 수령을 연계하는 방안, 교차준수조건 도입 등이 거론되어 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설계와 시행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셋째, 농지면적 단위 지원에 따른 농가 간 형평성 문제, 후계인력 확보를 위한 직불금지원, 농촌지역 유지 직불,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특정목적 직불제 등 직불제의 역할 확충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본이나 EU의 사례에서 보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현안과 미래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하고 있다.

넷째, 직불제 개편의 층위(層位)와 예산 관련 쟁점이다. 직불제 자체를 개편하는데 중점을 둘 것인지, 직불제를 중심으로 농정 구조 전반을 개편하고자 하는지에 따라 직불제의 구조와 성격은 물론 타 정책과의 관계나 예산 편성 방향 및 방안까지 달라질수 있다.

또 예산 측면에서도 공익형직불제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원 수준 이상의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며, 경영안정수단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농정수단 자체를 직불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직불금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농업부문에 직불금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재점토하고,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근거와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농가들은 시장개방 확대와 정부수매제 폐지로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한 소득보전 성격이 강하였으며, 그 기저에는 과거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의 경험과 맞물리면서 식량생산 자체가 곧 농업의 공익적 역할이라는 인식이 자리했다.

그러나 쌀 공급과잉 현상이 수년간 지속됨에 따라소비자로부터 농업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기존 농업에서 공익적 역할이 식량 생산 위주였다면, 앞으로 농업ㆍ농촌의 공익적 역할은 식량생산뿐만 아니라 농산물 안전성 확보, 환경ㆍ자원 보전, 지역사회 유지, 소비자가 찾고 싶은 농촌경관 유지 등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농가의 지속가능한 농업ㆍ농촌을 위한 역할과 그에 따른 소득보전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전환해야 한다. 농가에 직불금 지원을 통해 소득보전을 실시하는 것은 경쟁력을 높이고, 공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가격변동성 등 위험관리를 위한 경영안정 목적의 정책수단은 보험, 자조금 등 별도의 정책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직불제는 농가의 공익적 역할을 지원하는 소득보전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가가 실천 가능하고, 정책당국이 모니터링 가능한 교차준수조건을 명확히 제시하여 농업의 공익적 역할과 그에 합당한 직불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쌀 편중지원 완화와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즉, 쌀 중심의 수급안정 정책으로부터 곡물자급률 차원의 수급안정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쌀의 수급안정은 물론, 품목 간 형평성 확보, 곡물자급률 제고를 동시에 이루어낼 있는 합리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조건불리지역, 후계인력부족, 농가 간 형평성 확보 필요성 등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 중 직불제 개편을 통해 해소 가능하거나 수용할 수 있는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지속가능한 농업ㆍ농촌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미정 기자 liz4435@hanmail.net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