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제주도 덮친 태풍? ICT덕에 걱정 없어요"

김미정 기자 2019-09-23 13:58:34
22일 오전 10시. 제 17호 태풍 '타파'가 제주시를 덮쳤다. 강한 비바람에 꺽인 나뭇가지들이 도로변 위로 떠내려 가고 있다.
22일 오전 10시. 제 17호 태풍 '타파'가 제주시를 덮쳤다. 강한 비바람에 꺽인 나뭇가지들이 도로변 위로 떠내려 가고 있다.


"아니, 여기서 커피를 마실 시간이 이쑤가? 자네 농가는 괜찮메?"

22일 오전 10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커피숍. 매서운 비바람을 피해 급하게 커피숍을 방문한 주민 A씨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놀란 듯 말했다. A씨는 "태풍 때문에 동네방네가 난린데 여기서 무싱거 하미꽈?(무엇을 하십니까?) 자네 농가 도르멍(빨리) 안가도 되나?"라고 말했다.

A씨의 눈동자 속에는 편한 복장 차림으로 앉아 아침 커피를 마시고 있는 최영석(46)씨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한 최씨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마시던 커피를 계속 즐기고 있었다.

이날 제주시는 제 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과 600mm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커피숍 창문 밖으로 비친 제주시는 입간판이 엎어지고 가로수가 꺽이는 등 혼란 그 자체였다.

"농장 문? 열어. 아니 호꼼 있당 닫수다(조금 이따 닫어). 지금 가니 조금만 기달려요" 전화를 받은 A씨가 급하게 뛰쳐 나갔다. 강한 바람 탓에 농장 문이 열리고 닫히길 반복하고 있다는 농장 직원의 긴급 호출이었다. A씨는 커피숍 직원에게 자신이 주문한 커피를 최씨에게 전달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서둘러 자리를 떴다.

제주 지역 농장주들이 태풍 피해 예방을 위해 농장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씨만은 평온함을 유지했다. 그는 농장에 가보지 않아도 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농장이요? 핸드폰만 있으면 그럴 필요는 없지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최씨의 스마트폰에는 자신의 농장 환경을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CCTV 화면이 비춰지고 있었다. 최씨는 "저는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지만 농장에 있는 것과 같아요. CCTV 화면을 보며 농장 내 직원에게 필요한 조치를 전달해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스마트폰 화면 하단에는 현재 농장의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함량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비바람으로 인해 기온이 떨어질 시 자동제어기기의 온도를 재설정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A씨와 같이 행동해야 했다. 태풍, 강풍, 비, 폭설 등 각종 자연재해에 대처해야 했다. 그러나 스마트팜을 도입하고 나니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전 11시께 최씨의 차량을 타고 함께 그의 농장을 방문했다. 강풍과 비바람이 쏟아졌지만 최씨의 시설하우스는 여느 곳보다 굳건했다. 강풍 탓에 여러 다른 하우스들이 중심을 잃고 흔들렸지만, 그의 단동 하우스는 자동 개폐 시스템을 통해 통풍로를 만들어 피해를 최소화했다.

최씨가 운영 중인 완숙 토마토 농장의 내부 전경. 곧게 뻗은 완숙토마토들은 시속 115km에 달하는 태풍 '타파'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최씨가 운영 중인 완숙 토마토 농장의 내부 전경. 곧게 뻗은 완숙토마토들은 시속 115km에 달하는 태풍 '타파'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농장 내부는 태풍 타파가 할퀸 외부 공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그가 재배 중인 토마토는 복합환경제어기기를 통해 완벽히 통제되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란 토마토들은 시속 115km의 중형급 태풍 피해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의 농장엔 ICT(정보통신기술)라고 불리는 각종 시설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다. 복합환경제어기기를 비롯해 CCTV, 자동 개폐기, 첨단 컴퓨터, 온·습도 조율기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ICT 시설은 기후·외부 습도 변화 등 이상 징후가 발생 시 이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적합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작물의 생육에 최적화된 조건을 수시로 맞추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분석해 각종 자연 재해에도 걱정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씨는 "사실 ICT(정보통신기술)라는 기술의 진가는 이런 점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태풍을 비롯, 각종 환경 재해로부터 농장주를 지켜주는 존재다. 다른 인근 지역 농가들도 자동화된 시설을 도입해 여러 피해를 능동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미정 기자 liz44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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