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s 농업딥썰] 농촌 유토피아, 지금부터 준비할 일

김미정 기자 2019-09-24 10:58:49
사진=여민동락 공동체 활동 사례
사진=여민동락 공동체 활동 사례

[스마트에프엔=김미정 기자] 생활서비스 이용을 비롯해 농촌의 정주 여건이 열악하고 인구 감소와 주민 고령화로 공동체 활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농업인을 포함한 다양한 도시민들이 자발적인 노력으로 지역사회 서비스 여건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되살리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민동락 공동체는 노인 비율이 40%로 대표적인 고령화 지역인 영광군 묘량면에서 주민 복지활동에서 시작하여 교육, 일자리, 생활서비스, 문화 등 제반 영역의 활동을 진행하여 농촌 지역공동체를 재활성화하는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007년 이 지역에 귀촌한 세 부부가 자립적인 지역복지 공동체 형성을 지향점으로 노인복지센터를 열고 주간보호센터 운영과 재가노인복지활동 등을 추진한 데서 출발하였다. 자립적 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복지를 위해 협업농장을 운영하고 2009년 설립한 가공공장에서 협업농장의 농산물을 이용하여 모싯잎 송편을 생산ㆍ판매했다.

폐업한 지역 소매점을 대신하여 2011년부터 동락점빵을 운영하게 되었으며, 생필품, 식재료를 이동 판매하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였다(동락점빵은 2014년부터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 2011년부터 마을학교를 운영하여 주민들을 대상으로 식사, 물리치료, 민요, 한글

교실, 미술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폐교 위기에 처한 지역의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해 학부모와 지역단체 협력으로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학생 수가 다시 늘어났다(12명이던 학생 수가 77명으로 증가). 농촌 공동체 재생을 목표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진행하였고, 젊은 가구가 늘어나는 등 지역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여민동락에 합류한 귀농ㆍ귀촌인은 총 36명(자녀까지 합하면 60명)으로 집계되며, 학교 살리기를 계기로 지역에 귀촌한 주민은 총 29명(성인 14명, 자녀 15명)에 이르는 등 총 89명이 지역에서 새롭게 거주하게 되었다.

홍성군 장곡면에 소재한 젊은협업농장은 농사 경험이 없고 지역에 연고가 없는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농업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지역 풀무학교 교사 출신 대표가 2012년 착수한 쌈 채소 재배 농장에서 출발해 2013년 ‘젊은협업농장’이라는 이름으로 협동조합을 출범하면서 청년 농민을 육성하는 농장으로서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농장에서 1~2년 농사를 배운 뒤 독립하여 자신의 농장을 시작하도록 돕고있으며, 이를 위해 농업활동만이 아니라 마을 행사 등 농촌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청년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 세대가 농사만 지으면서 가질 수 없었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진행하기 시작하였으며, 2017년에는 평민지역학교를 개설하여 유기농업, 역사인문학, 기초화학, 유기재배의 기초와 실제, 지역의 이해 등의 강좌를 운영하여 청년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젊은협업농장이 자리를 잡는 데 지역사회 주체들의 도움이 컸는데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은 농장이 생산한 농산물을 사들였고, 마을의 고령 농가들은 땅을 제공하였으며 풀무학교는 농장에서 일할 청년들을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했다.

위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공동체 살리기’라는 키워드와 주민 및 지역 주체들의 자율적인 노력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여민동락 공동체를 비롯한 여러 사례들에서 이루어진 활동들을 공동체 활성화라는 관점 하에서 모두 농업인을 비롯한 지역 주체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촉발하고 확산시킨 것들이다.

농업인 증대 등의 국가적 트렌드를 반영하여 다양한 인적 자원의 참여를 유도해 농촌 공동체 재생을 이끌 수 있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내용상으로 기존 귀농 지원 중심 정책에만 머물지 않고 정책 대상 및 내용을 다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신규 농업인, 도시민 등 다양한 인적 자원을 농촌 활성화에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데 우선적 목표를 두고 (가칭) ‘농촌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도입, 확산시키도록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그동안 현장에서 자생적으로 이루어진 영광군 여민동락공동체나 홍동면 젊은협업농장 같은 형태의 활동들이 보다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도록 향후 통합적인 농촌 공동체 활성화 지원체계를 갖추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지자체와 현장을 중심으로 이러한 활동이 효과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시범사업 도입 등을 통해 지원하고 제도적인 기반을 갖추는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김미정 기자 liz44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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