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담보'가 우선되는 농업 지원책, 개선 소지 높아

박찬식 기자 2019-09-27 09:15:00
제주시에서 곤충 키즈 카페 운영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한홍익(28) 창업농.
제주시에서 곤충 키즈 카페 운영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한홍익(28) 창업농.

"제주도는 아직 곤충 산업이 자리잡지 않았어요. 그런만큼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오전 11시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주농어업인회관 2층 소강당.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던 창업농 한홍익(28) 씨는 깊은 고심에 빠진 듯 말끝을 흐렸다. 제주시에서 곤충 키즈 카페를 창업하고자 정부에 자금 대출을 문의했지만 농업경영체를 등록했냐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 씨는 "창업농의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보다는 담보가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러한 취지면 현실적으로 창업농들의 어떻게 진입을 하라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하 한홍익 창업농과의 일문일답.

Q1. 사업 아이템보다는 담보가 우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사정인지?

A. 올초 정부 지원 19년 창업농에 선정됐다. 시장 조사, 가게 면적, 주요 판로 등 다양한 사업 구상도를 세웠고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관할처를 방문했다. 정부 자금 지원에 대해 묻자 사업 아이템보단 농업경영체가 등록돼 있는지를 중심적으로 묻더라. 본인은 청년 창업농이기에 농업경영체가 없고 부모님 명의는 있다고 답했더니 경영주를 바꿔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순간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간엔 임대차 보호법이 적용되지 않고 증여, 상속세 등을 내야 한다. 특히 농업은 수요 창출까지 상당수 기간이 걸리는데 창업농을 위한 제도가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Q2. 농림수산업신용보증기금(농신보) 대출로 농업경영체를 꾸리는 방법이 있는 것으로 안다.

A. 현재 농신보는 청년 창업농이 사업자금을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보증한도 3억원, 연령제한을 만 55세 이하로 완화하는 등 2019년도부터 창업지원 우대보증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상 3억원의 보증한도를 얻기는 쉽지 않다. 가령 창업농에 1억 원이라는 자금이 필요한데, 땅의 가치가 300만 원이 나오면 그 만큼의 가치만 받는거다. 여기에 특히 제주도는 땅 값이 비싸서 효율성도 떨어진다. 대출 한도를 늘리기 보다 금액을 줄이더라도, 토지라는 담보 외 창업농들의 사업 구상 아이템 등을 반영하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야 했다.

Q3. 정부 지원책 중 '농지은행제도'가 있다. 이를 이용하는 방안은 어떤지?

A. 일단 제가 있는 제주 지역에선 농지은행에 등재된 농지를 찾아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창업농들이 농지은행을 이용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 제주도는 상인 중심의 문화가 굉장히 발달된 지역 중 하나다. 최근엔 각종 상인연합단체 등이 제조·유통 뿐만 아니라 농지 생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토지주 입장에서도 임대차 계약을 필요치 않는 상인들과의 계약을 반기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제주도 지역의 농지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Q4. 정부의 창업농 지원책,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A. 농업 종사를 희망하는 사람으로서 정부가 청년 농부를 앞장 서 도우려는 태도는 언제나 감사하고 기쁠 따름이다. 농업도 엄연한 사업이다. 이 길을 열어주려는 취지는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2040년이면 세계적인 식량 부족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와 창업농이 발을 맞춰 식량 부족 문제를 조기 해결하는 농업 강국이 되기를 희망한다.



박찬식 기자 park@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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