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청년농부 김보성 "영농정착지원금, 피부 와닿지 않아"

박찬식 기자 2019-09-25 14:13:54
귀농의 꿈을 품고 서울 도심에서 제주도로 이주한 김보성(30) 씨
귀농의 꿈을 품고 서울 도심에서 제주도로 이주한 김보성(30) 씨

"영농정착지원금이요?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아요. 실제 청년농업인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23일 오전 10시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제주농어업인회관 2층 소강당. 2019년 청년창업농 교육을 수강하기 위해 교육장을 찾은 김보성(30)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부가 청년창업농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창업농에 뛰어들었지만, 그는 '영농정착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본인 명의로 된 경영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농식품부 관계자의 답변이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영농정착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농업경영체(농업인, 농업법인)를 등록해야 한다. 최장 3년간 1년차 100만원·2년차 90만원·3년차 80만원이 지급되며 영농 경력에 따라 지급기간은 차등 적용된다.

그런데 김씨는 실제 청년 창업농들이 농업경영체를 등록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정부에서 청년 창업농을 지원하겠다는 대대적인 발표를 듣고 영농인의 꿈을 안고 제주도에 왔다"면서 "그러나 현실에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았다. 특히 경영체 등록을 위해 임대 계약서를 써야하는데 이 과정 조차 매끄럽지 않앗던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하 김보성 교육생과의 일문일답.

Q1. 경영체 등록을 위한 임대 계약서 작성, 어떤 점이 문제인가?

A. 요점만 말씀드리자면 임차인(토지주)이 임대 차 계약 맺기를 꺼려한다는 점이다. 임대는 돈이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대개 간이계약(구두계약)이 진행될 뿐, 계약서 얘기를 꺼내면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한다. 이는 일정 기간, 자신의 명의로 농가를 운영 중이면 세금 감면 등 여러 혜택이 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을 맺게되면 농사를 짓고 있지 않다는 근거가 된다. 토지주들이 계약서 작성을 꺼려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Q2. 담당 부처에 해당 내용을 건의해봤나?

A.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더니 이미 관련 부서는 이러한 상황을 다 알고 있더라. 농정원 관계자는 임차인들이 계약서 작성을 꺼려하는 이유를 직접 설명하기까지 했다.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Q3. 정부가 추진 중인 지원 사업 중 농지은행 지원책도 있다. 이 부분은 알아봤나?

A. 농지 은행 목록에 들어가봤지만 제주도 지역은 찾아볼 수 없다. 충남 등 다른 지역은 몇 군대 있는 것 같았지만, 실제 그 수가 많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창업농 지원 사업이 활개를 띄고 있음에도 토지조차 구하기 힘든 실정이니 아이러니하다.

Q4. 정부가 추진 중인 청년 창업농에 대해 개인적인 정의를 내리자면.

A. 제주도민이었던 분들이야 토지 임대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 가족이 운영해 온 토지를 상속 등으로 물려받을 수 있고, 지역 인맥과 연계해 다른 길을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의 목적은 도시 청년들이 시골로 내려와 지역 농업경제를 지탱하는 것에 골자를 두고 있다. 정작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계약서 작성이라는 첫 단추에서 막혀버리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이다. 한 마디로 현재 정책은 '청년 창업농' 보단 '세습 창업농'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Q5. 영농정착 지원금 외에도 정부 지원 대출 제도가 마련돼 있다. 낮은 금리 대출을 통해 초기 자본을 마련하는 방안은 어떤지.

A. 대출조차 농업경영체를 등록해야 가능하다. 지난 6월께 정부청사에 방문했더니 경영체 등록이 되어 있냐고 묻더라. 사정을 말씀드렸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런 식이면 실제 청년 창업농은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실제 도시에서 지역 창업농에 뛰어든 젊은 청년들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찬식 기자 park@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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