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s 농업딥썰] ICT 도입과 수확 체감의 법칙

김미정 기자 2019-10-01 15:45:38

스마트 팜을 구축한 농가들의 고충을 유심히 듣다보면 대화 흐름이 한 가지로 좁혀진다. 수 억원 상당의 ICT(정보통신기술) 시설을 도입했지만, 그 만한 가치의 생산량 증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농가들은 ICT 시설이 '작물 생육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 보다 앞서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수확 체감의 법칙이다.

수확 체감의 법칙이란 일정 크기의 토지에 노동력을 추가로 투입할 때, 수확량의 증가가 노동력(투입 자원·에너지)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1Kg의 씨앗이 1톤의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같은 면적에 추가로 1Kg의 씨앗을 더 심으면, 수확도 2배가 되어 2톤의 작물을 수확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확 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씨앗을 늘려도 수확 증가량은 예상치보다 적게 된다. 동일 토지면적일 경우 파종으로 인한 수확량 증진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법칙은 ICT 시설 도입으로 인한 생산량 증진에도 동일시 적용된다. 작물 생육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춘다 하더라도 토지면적이 동일한 이상, 생산량이 증진되는 데엔 분명 한계가 있다. 투입 자본액과 생산량이 서로 균등 비례한다는 논지는 인류가 신석기 혁명 이래 쌓아 온 농업에 대한 기초 법칙이 번복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투자한 자본만큼 회수하길 원한다면 ICT의 또 다른 효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CT는 빛·온도·습도·산도·이산화탄소·배양액·공기순환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 식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농부의 평균 근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인건비 등 생산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절약하고, 남는 여가 시간을 식품 가공을 비롯한 부 사업으로 넓혀야 한다.

운영 중인 하우스 규모를 넓히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단동 하우스를 추가 증설하거나 연동하우스의 면적을 넓히는 식이다. 이 경우 초기 투자를 동반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토지면적 증대와 최적의 생육 환경 조성이라는 이중구조가 갖춰지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생산량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ICT가 생산량 증진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나무 밑에서 열매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 농가 생산량을 증진시키기 위해 입체적인 시각으로 현 상황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김미정 기자 liz44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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