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옥's 스마트팜 프리즘] 업체별 ICT 잇는 구심점 찾아라

윤종옥 기자 2019-10-08 09:14:46

스마트 팜 농가들의 연동(중앙) 컴퓨터를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프트웨어가 다량 설치돼 있다. 업체별 ICT(정보통신기술) 장비를 연동하기 위한 응용 프로그램이다.

이는 연병장에 집합한 전체 부대원의 모습과도 같다. '같은 대대'라는 이름으로 집결했지만 부대원 개개인들은 소속 중대가 달라 서로 다른 지휘 체계를 갖춘다. 동일한 목적으로 모인 집단에서도 지휘 시스템이 달리되는 점이 우리 스마트 팜 농가들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스마트 팜은 통합 호환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ICT(정보통신기술) 장비 별로 운용 소프트웨어를 각각 설치해야 한다. 가령 복합환경제어기기와 농업용 드론, 개방형 지열시스템 등의 시설을 도입할 경우 중앙 컴퓨터에 3개의 구동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식이다. 스마트 팜 운용 범위를 더 확장할 경우 최대 10여 개의 운용 소프트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이는 결국 중앙 컴퓨터의 과부화를 야기하고 업체별 A/S를 달리해야 한다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았다. 농가 업무량을 줄이고자 스마트 팜을 구축한 농가들의 입장에서는 예상 밖의 곤욕을 치르고 있던 셈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마트팜의 통합 호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내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업체별 비표준화, 비호환 체계로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 팜 생태계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해당 연구가 완료되면 복합환경제어기 업체는 물론, 작물별 전문기업들이 손쉽게 환경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지팜은 서울대학교, 경상남도농업기술원과 협동으로 '인공지능 기반 IoT 클라우드형 개방형 스마트 팜 통합제어장치 개발 및 산업화'를 추진 중이다. 6억6700만 원(정부 5억 원·민간 1억6700만)의 자본이 투자됐으며 참여 연구원 수만 130여 명에 이른다.

기존 스마트 팜 제공업체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네트워크, 서비스 장비, 서비스 환경, 응용프로그램 등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다. 타 업체 장비와 호환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응용프로그램을 연동 컴퓨터에 복합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그러나 통합 플랫폼이 구축될 경우 서비스 환경 및 개발에 필요한 탬플릿, 단위모듈, 서비스 정보 등을 SDK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서비스 개발 시 40~50%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된다.

실제 연구개발성과에 따르면 본 연구의 최종 산출물로 ▲클라우드 기반 온실환경 IoT 모니터링 시스템 ▲DD컨버터 ▲사설 클라우드를 위한 모니터링툴·관리시스템 ▲GIS ▲OpenAPI 등 표준데이터 수집용 미들웨어 ▲인공신경망 기반 생육 알고리즘 등이 개발된 상태다. 특허 출원 및 등록 3건, 제품화는 2건을 달성했고 이에 대한 기술을 현장 확산했다.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업체별 비표준 시스템 탓에 기존 제품으로만 교체·사용해야 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A/S도 제조 본사에서만 진행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온라인 등 쇼핑몰에서 호환 가능한 제품을 구매·교체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센서·구동기 업체들의 경우에는 별도의 응용 프로그램을 동시에 개발하지 않으면 독자적 시장 진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기존 복합환경제어 업체들에 부품을 납품하는 수준에서 그쳐 왔으나, 상호호환이 보장되는 플랫폼을 통해 안정된 시장 형성이 가능하재기 되면 온습도 센서, CO2센서, EC, PH 센서 등 센서 유형별 경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ICT 업체별 비표준화, 비호환 체계 구축은 농가들의 업무량을 되려 늘리는 일종의 부작용처럼 여겨져 왔다. 단일화된 호환 체계 구축으로 제조업체들의 생산 효율을 높이고 농가운용 체계를 단순화하는 전환의 계기가 필요할 것이다.



윤종옥 기자 yoon@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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