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s 농업딥썰] 미중 무역전쟁, 韓 '새우'가 될 것인가

김미정 기자 2019-10-11 10:32:56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세계무역기구)에 부당하게 개도국(개발도상국)을 주장하는 나라가 있는지 판단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다. 이는 세계 2위의 경제규모와 세계 1위 수출점유율을 지닌 중국을 겨냥한 것인데, 애석하게도 우리나라 농업 부문도 조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도 농업부문에 한해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 농업의 WTO 개발도상국 졸업문제로 번지면서 국내 농업부문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개도국을 졸업하면 관세혜택이 없어지는데, 이 경우 그동안 펼친 '농산물 저가 공세' 정책을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이 될 수 없는 나라의 조건을 4가지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각각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G20, IMF 세계은행이 분류하는 고소득 국가,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0.5% 이상의 국가다. 모두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우리 또한 각 항목에 열외 없이 해당된다.

우리나라는 96년 OECD 가입 당시, WTO로부터 선진국임을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WTO 무역체제는 당사국이 선진국인지 개발도상국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자진신고'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업분야 피해를 우려해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 개도국으로 남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을 향한 철퇴는 결국 파편이 돼 우리 농산물로 고스란히 뿌려졌다. 우리나라는 오는 23일까지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할 것인지, 존속을 주장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해당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달 중으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 농업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게 된다면 해외 농업 선진국과의 치열한 무역경쟁 속에 스스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 농업은 이제 싹을 트려는 떡잎과도 같다. G20 가입국 중 농업 후진국으로 분류되지만 그만큼 성장의 가능성도 높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농업 시스템을 지탱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가온 위기 속,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할까. ICT(정보통신기술)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 산업의 특성을 살려 농업 사회를 빠른 속도로 스마트화시켜야 한다. 첨단 장비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등을 접목해 농가의 불필요한 노동력을 절감시키고 생산 효율성을 높여 농업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해당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국가는 독일, 네덜란드, 일본 등 일부 국가에 한정돼 우리 농업에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스마트 팜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농약이 적게 살포된다는 친환경농산물의 인식이 짙기 때문에, 해외 농업체와 경쟁 시에도 뒤쳐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세계무역시장은 정치, 경제, 이념 등 복잡하게 얽힌 실뭉치와도 같아서 예상치 못한 복병이 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우리만의 농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김미정 기자 liz44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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